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너머에서 49년째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는 1977년 발사된 이후 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멀리까지 날아간 탐사선이다. 두 보이저 탐사선은 이미 태양풍이 만드는 거품 영역인 태양권을 벗어나 성간우주로 진입했으며, 지금도 미약하게나마 전력을 유지하며 관측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발사 반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보이저 탐사선은 줄어드는 전력과 씨름하면서도 인류에게 가장 먼 거리에서 온 데이터를 계속 안겨주고 있다.
발사부터 성간우주 진입까지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 보이저 1호는 같은 해 9월 5일 발사됐다. 발사 순서는 보이저 2호가 빨랐지만, 더 빠른 궤도를 탄 보이저 1호가 먼저 앞질러 나갔다. 두 탐사선은 목성과 토성을 차례로 스쳐 지나며 근접 관측 자료를 보내온 뒤,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방문한 유일한 탐사선으로 남았다. 이후 보이저 1호는 2012년, 보이저 2호는 2018년에 각각 헬리오포즈, 즉 태양풍의 영향력이 끝나고 성간 물질이 시작되는 경계를 넘어섰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약 250억 km(무선 신호로 2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 보이저 2호는 약 210억 km 떨어진 곳에서 비행하고 있다.
전력 고갈과 싸우는 49년째 임무
두 탐사선은 플루토늄이 붕괴하며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로 전력을 공급받는데, 이 출력은 해마다 약 4와트씩 줄어들고 있다. NASA와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이 제한된 전력을 아끼기 위해 장비를 하나둘 순차적으로 끄고 있다. 2024년 10월 보이저 2호의 플라스마 과학 장비가, 2025년 2월에는 보이저 1호의 우주선 관측 장비가, 같은 해 3월에는 보이저 2호의 저에너지 하전입자 장비가 차례로 작동을 멈췄다. 2026년 4월에는 보이저 1호에서 49년 가까이 거의 쉬지 않고 작동해 온 저에너지 하전입자 장비마저 꺼졌고, 현재 보이저 1호에는 플라즈마파 탐지기와 자기장측정기만 남아 있다. 수잰 도드 보이저 프로젝트 매니저는 "보이저는 발사 이후 줄곧 심우주의 록스타였고, 우리는 그 상태를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싶지만 전력이 바닥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빅뱅' 전력 절약 기법으로 수명을 늘리다
JPL 연구팀은 최근 이른바 '빅뱅'이라 불리는 새로운 전력 절약 기법을 시험하고 있다. 2026년 5~6월 보이저 2호를 대상으로 먼저 검증한 뒤, 이르면 같은 해 7월부터 보이저 1호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 방식이 성공하면 예비 전력 여유를 확보해 남은 장비의 수명을 2030년대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버텨온 장비를 대상으로 이런 정교한 원격 조치를 시도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임무를 설계한 엔지니어들의 치밀함을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2026년 11월, 빛으로 하루 걸리는 거리에 도달하다
보이저 1호는 2026년 11월 18일 오전(태평양 표준시 기준 새벽 2시 16분경), 지구로부터 약 259억 km 떨어진 지점을 지나며 '1광일(빛이 하루 동안 이동하는 거리)' 기록을 세울 예정이다. 이는 인류가 만든 물체가 도달한 거리 중 가장 먼 이정표 중 하나로 꼽힌다. 발사 당시만 해도 목성과 토성 근접 관측이 주 임무였던 이 탐사선이,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은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난 성간 공간에서 이런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점은 우주 탐사의 시간 축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린다 스필커 보이저 프로젝트 과학자를 비롯한 연구팀은 전력이 허락하는 한 이 탐사선들이 계속해서 성간 물질에 대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도록 임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두 보이저 탐사선에는 각각 금박을 입힌 구리 원반, 이른바 '골든 레코드'가 실려 있다. 여기에는 지구의 자연음과 55개 언어의 인사말,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 사진 이미지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이끈 위원회가 제작을 주도했으며, 혹시 있을지 모를 외계 지적생명체가 발견했을 때 지구 문명을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실렸다. 과학 장비가 하나둘 꺼지는 지금도 이 레코드만큼은 별도의 전력 없이 탐사선과 함께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두 탐사선이 남길 가장 오래 지속되는 유산이라 할 만하다.
JPL은 보이저 임무를 통해 축적된 성간 자기장과 플라즈마 밀도 데이터를 태양권 경계 연구의 핵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태양계 밖 우주 환경을 실측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이 두 탐사선뿐이라는 점에서, 전력이 완전히 소진되기 전까지 남은 관측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언젠가 마지막 신호가 끊기는 순간이 오더라도, 보이저는 골든 레코드를 실은 채 태양계 밖 우주를 계속 항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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