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억 개에 이르는 은하의 위치를 기록해 우주 팽창의 배후를 추적하는 임무가 본궤도에 올랐다
유럽우주국(ESA)이 2023년 발사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본격적인 관측 궤도에 진입하면서, 우주 전체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실체에 다가서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유클리드는 향후 6년에 걸쳐 하늘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 4천 평방도 영역을 훑으며 수십억 개 은하의 형태와 위치, 거리 정보를 모아 우주의 대규모 구조 지도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겉보기에는 조용한 관측 임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주의 가속 팽창이라는 오래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정교한 설계가 담겨 있다. 지상에서는 대기의 흔들림과 빛의 산란 때문에 극히 미세한 형태 왜곡을 구분해 내기 어렵지만, 우주 공간에 자리 잡은 유클리드는 이런 제약에서 벗어나 방대한 하늘 전역을 균일한 조건에서 훑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지상 관측과 뚜렷이 구별된다.
유클리드 망원경이 겨냥하는 관측 목표
유클리드는 지름 1.2미터급 망원경에 가시광 카메라(VIS)와 근적외선 분광·측광 장비(NISP)를 함께 실어, 은하의 형태가 중력에 의해 미세하게 휘어지는 약한 중력렌즈 현상과 은하들이 공간에 분포하는 방식(우주 거대구조)을 동시에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이 두 가지 방법을 교차 검증하면 암흑물질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어떤 세기로 우주를 밀어내는지를 독립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구 대기의 흔들림 없이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는 우주 공간의 이점을 살려, 지상 망원경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세한 형태 왜곡까지 잡아내는 것이 이 임무의 핵심 경쟁력이다. 특히 근적외선 장비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는 분광 관측을 함께 수행해, 단순히 은하의 겉모습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은하가 우주 역사의 어느 시점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5000 평방도를 넘어선 서베이 진척 상황
유클리드 컨소시엄과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산하 IPAC 연구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26년 3월 31일을 기점으로 유클리드의 누적 관측 면적이 5천 평방도를 돌파했다. 이는 최종 목표인 1만 4천 평방도의 약 36퍼센트에 해당하는 진척으로, 발사 이후 약 3년 만에 절반에 가까운 구간을 채워가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우주망원경이라는 장비가 화려한 단일 이미지 한 장보다 이런 누적형 서베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 매달 조금씩 넓어지는 관측 영역이 결국 우주 전체의 밑그림을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이 이 임무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남은 약 9천 평방도를 채우기까지도 비슷한 속도가 유지된다면, 임무 종료 시점에는 지금까지 어떤 서베이도 다루지 못한 규모의 은하 목록이 축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왜소은하와 초기 우주가 그려낸 새로운 성표
2025년 3월 공개된 첫 번째 퀵 데이터(Q1) 결과는 전체 목표 면적의 극히 일부인 약 63 평방도만을 다뤘음에도 이미 방대한 성과를 내놓았다. 이 구간에서만 1년 동안 120만 개 이상의 대형 은하가 포착됐고, 그중 2,674개의 왜소은하가 초기 분류를 거쳐 타원형과 불규칙형으로 나뉘었으며 각각 58퍼센트와 42퍼센트의 비율을 보였다. 아울러 적색편이 6에서 12 사이, 즉 우주 탄생 이후 10억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존재했던 라이먼 브레이크 은하 후보가 10만 개 이상 예상된다는 분석도 함께 발표됐다. 이러한 초기 결과는 유클리드가 완성할 최종 성도가 단순한 위치 목록을 넘어 우주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은하 진화의 기록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남긴 우주의 밑그림
Q1 데이터에서는 중력렌즈 후보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딥러닝 기반 탐지 기법도 함께 소개됐으며, 초고휘도로 관측된 적색편이 8 이상의 은하 2개와 초기형 은하에서 발견된 666개의 이중 핵 후보 등 세부 목록도 뒤따랐다. 이런 자료들이 축적될수록 연구자들은 암흑물질이 우주 공간에 그물처럼 얽혀 있는 형태를 더 정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고, 동시에 암흑에너지의 세기가 우주 나이에 따라 일정했는지 혹은 변화해 왔는지를 가늠할 단서를 얻는다. 2026년 6월에는 우리은하 중심부의 팽대부를 관측해 훗날 발사될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의 관측 계획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함께 내놓았는데, 이는 유클리드의 관측 결과가 단일 임무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 우주망원경들과 서로 맞물려 하나의 거대한 관측 체계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2030년 무렵 예정된 임무 종료 시점까지 유클리드가 완성해 나갈 은하 지도는 특정 시기나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우주 탄생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거대한 시간축 전체를 아우르는 참고 자료로 남을 전망이다. 앞으로 공개될 데이터 릴리스가 거듭될수록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둘러싼 논의도 관측적 근거를 하나씩 더해가며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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